서울YWCA봉천종합사회복지관

복지관이야기

서울YWCA봉천종합사회복지관의 복지관이야기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지역복지 [자원봉사자 미담 3번째 Talk~! ]

페이지 정보

작성자 댓글 0건 조회 5,175회 작성일 18-12-12 16:56

본문

3583727481.png

 

 

 

저에게는 봉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구슬땀을 훔치며 두 발로 뛰어다니면서, 밝은 미소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한 청년의 모습이 바로 그 것 입니다.

 

그런 청년이 돼야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지니고 있었지만 부끄럽게도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습니다.

 

 

 

모순적이게도 학업으로 제일 바쁜 시기인 대학 4학년이 돼서야 저는 그 생각을 행동으로 일구어낼 의지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여름학기 학교 사회봉사 교과목을 수강하기 이전인 지난 4월부터, 저는 거동이 불편하신 저소득층 어르신을 위해 도시락과 밑반찬을 포장하고 직접 배달하는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하루 식사를 챙긴다는 점이 뜻깊게 다가왔고 두 발로 뛰며 봉사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의 첫 봉사 일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설레는 마음 반, 긴장되는 마음 반을 가지고 아침 일찍 봉천복지관을 찾았습니다.

 

그 날 배달해드릴 식사를 정성스레 포장 한 뒤 카트에 차곡차곡 담아냈습니다.

 

제가 배정받은 곳은 청림동 구역이었습니다.

 

주택가이기 때문에 길을 잘 찾아야 하는 곳이었지만 첫 봉사인 만큼 한 번 부딪혀 보겠다는 마음으로 해당 구역에 자원했습니다.

 

 

사회복지사님께서는 청림동 구역의 김수철(가명) 할아버지께서는 눈이 잘 보이지 않으시니 특별히 신경써달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지도를 참고하며 골목을 찾아갔고 저는 첫 배달지인 할아버지 댁에 들어섰습니다.

 

건물 반지하 방의 할아버지께선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제 목소리를 향해 손을 더듬고 계셨습니다.

 

머릿속으로 여러 차례 상황을 그리고 들어섰지만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당황한 목소리로 봉사자임을 알려드렸고 할아버지의 더듬는 손에 저도 모르게 빳빳한 도시락 가방을 대뜸 건네드렸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바로 가방을 집어 드셨고 제게 고생한다는 인사를 건네셨습니다.

 

저는 어찌할 줄 모르며 잔뜩 긴장한 채로 서둘러 밖으로 나왔습니다.

   

 


잠시 한숨을 돌리고 생각해보니 어딘가 한 구석이 불편했습니다.

 

​아침부터 봉사자만 기다리셨을 할아버지께, 그리고 저를 찾는 그 더듬는 손에, 저는 따뜻한 체온도, 밝은 목소리도 전해드리지 못했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그 정 없는 빳빳한 도시락 가방을 전달한 것뿐이었습니다.

 

더듬는 손에 제 손을 따뜻하게 포개야 했고온기가 가득한 목소리를 먼저 들려드려야 했습니다.

 

이후 며칠 동안은 이 날의 기억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도시락 배달이 주된 활동이지만 그 속에서 진정 무엇을 전해야하는지 고민했습니다.

 

 

 

이후 봉사를 지속하며 어르신들에게 먼저 반갑게 인사드리고, 불편해하시지 않는다면 안부 말씀도 건네 보았습니다

 

은 하루를 보내시라거나 맛있게 식사하시라는 말씀을 먼저 건네니 어르신들을 대하는 것도 편해지고 나서는 발걸음도 가벼워졌습니다.

 

​그렇게 한 주씩 봉천동을 누비며, 지난 4월부터 이번 여름학기 사회봉사 기간 동안 관악구의 많은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뵀습니다.

 

첫 봉사의 기억은 처음엔 후회였을지 모르지만 봉사를 통해 무엇을 전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던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한편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에 누군가를 위해 묵묵히 힘을 쓰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어르신들 댁을 방문할 때면 요양보호사분들께서는 집안 정리를 도맡고 계셨습니다.

 

복지관의 사회복지사 선생님들께서는 매일 이른 아침부터 어르신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포장을 도우셨습니다.

 

근처 중국집 사장님께서는 한 달에 한 번, 어르신들께 맛있는 자장면을 대접하기 위해 생계를 반납하고 계셨습니다.

 

우리 사회의 시니어로서 한 몫을 해내고 계셨던 복지관의 이영숙 선생님의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저 역시 구슬땀을 흘리고, 두발을 내딛으며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한 끼와 밝은 미소를 전달해드리는 그 청년이 어느새 돼있었습니다.

 

 

*위 글은 서울대 사회봉사생으로 활동하였던 학생이 작성한 활동 수기입니다.

활동 경험을 나누고 싶다고 수기를 선뜻 공유해준 양정태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지역 사회를 따뜻한 마음으로 밝히 빛내주시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